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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물방울'이라고 불리는 와인 즐기시는 분들 많으시죠? 와인을 만드는 여러 포도 품종 중 가장 다루기 힘들기로 정평이 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피노 누아(Pinot Noir)'인데요. 재배할 때뿐 아니라 양조 과정에서도 가장 섬세하게 취급해야 하는 품종이기 때문에 전통과 노하우가 있는 와인메이커가 아니면 생산하기 힘들다고 해요. 덕분에 ‘고가 와인'이란 별칭이 붙었고, 비싸기 때문에 대중화도 어려웠죠.

 한 와인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포도 품종이 전 세계에서 생산되었지만 유독 피노 누아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유럽 외 지역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웠어요.” 라고 피노 누아의 과거를 회상하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타 대륙에선 피노 누아를 미지의 와인이라 부르기도 했는데요.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프랑스 부르고뉴가 주산지로 알려졌던 이 피노 누아 와인이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등 신대륙의 테루아(*포도가 자라는 데 영향을 주는 지리적인 요소, 기후적인 요소, 포도재배법 등)를 입고 각자의 창의적인 맛으로 재탄생하고 있는데요! 심지어 그 인기는 부르고뉴 산 피노 누아를 넘어서기도 한다네요. 과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볼까요?



피노 누아, 부르고뉴에서 신대륙으로 이동하다

 미지의 와인이던 피노 누아는 도전 정신이 강한 신대륙의 와인메이커들을 자극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르고뉴 피노 누아에 필적하는 신대륙 피노 누아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 누아’는 이제 옛말이 된 것이죠.

 하지만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습니다. 신대륙 피노 누아를 맛본 이들의 기호가 극단적으로 나뉘었기 때문인데요. 복잡 미묘한 뉘앙스를 지닌 기존 부르고뉴 피노 누아를 선호하던 와인 애호가들은 신대륙 피노 누아를 평가절하하기 바빴습니다. 반면, 와인 입문자들은 단순하고 직선적인 향과 맛을 지닌 새로운 피노 누아를 마시기 편하다며 선호했고요.

 이렇게 양립하던 인식을 깬 것은 늘 혁신을 외쳐대던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컬트 와인메이커들입니다. 미국 최고급 와인의 대명사인 이들은 피노 누아 역시 허투루 만들지 않았는데요. 수십 년 동안 최고의 조건을 갖춘 테루아를 찾아 나섰고, 마침내 피노 누아에 맞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무엇보다 캘리포니아는 일조량이 풍부해 포도나무의 성숙기에는 제격이었죠. , 서늘하지 않은 재배기의 단점은 땅을 시원하게 하는 기술을 접목해 극복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와인 기업 잭슨 패밀리는 선선한 날씨를 확보하기 위해 대부분의 피노 누아 와이너리를 서부 해안가에 조성하기도 했다네요. , 이들은 선진 재배 기술인 로마네 콩티 와인의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 방식과 지속 가능한 농법을 적극 수용했고, 현대적인 양조 기술을 가장 빠르게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 누아에 필적하고, 일각에서는 더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피노 누아 와인을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2000년대 모던 컬트 와인이라 불렸던 미국의 질 좋은 와인 중 피노 누아 와인이 다수 포진해 있을 정도로 다양해졌고, 와인 경매에서도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품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 카멜 로드 몬터레이 피노 누아(Carmel Road Menterey Pinot Noir)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의 잭슨 패밀리 와인에서 생산한 피노 누아 품종의 와인.

 

2 이그나시아 피노 누아(Ygnacia Pinot Noir)

로마네 콩티 생산자 오베르 드 빌렌과 미국 나파 밸리 컬트 와인에 포도를 공급하는 래리 하이드가 함께 설립한 미국의 하이드 드 빌렌에서 생산한 피노 누아 와인.


 이런 성과를 낸 신대륙은 미국 뿐만이 아닙니다! 젊고 혁신적인 와인메이커가 많은 뉴질랜드 역시 품질을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에 고급 와인에 속하는 피노 누아를 소비뇽 블랑과 함께 대표 와인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칠레의 경우 풍부한 일조량과 양질의 토양 등 우수한 재배 환경을 갖춘 레이다 밸리에서 생산된 피노 누아가 와인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3 배비치 말보로 피노 누아(Babich Malborough Pinot Noir)

뉴질랜드 말보로를 대표하는 와이너리인 배비치에서 생산한 피노 누아 품종의 와인.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4 레이다 싱글 빈야드 카후일 피노 누아(Leyda Single Vineyard Cahuil Pinot Noir)

칠레 레이다 밸리에서 생산하는 피노 누아 와인으로 체리, 카시스 등의 검붉은 과실 향과 스모키 향, 스파이시함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제 신대륙 피노 누아는 거스를 수 없는 경향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들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는데요. 프랑스 부르고뉴와의 경쟁을 넘어,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피노 누아로 포도 본질의 맛에 더 가까 운 와인을 만들지, 합리적인 가격대의 피노 누아를 만들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와인은 품질에 대한 위험 요소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최근 프랑스, 더 넓게는 유럽 지역의 피노 누아 와인이 대체로 비싸고 품질에 편차가 있어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죠?


 전문가들 역시 신대륙 피노 누아의 우수성을 높이 사고 있습니다. 고효석 소믈리에는 “10만 원대 이하의 가격대에서 품질까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는 이제 막 와인을 접하는 소비자들에게 쉽게 권할 만한 장점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신대륙 피노 누아가 여러분의 와인 리스트를 꿰찰 날이 머지않았네요 :)




| 현대백화점 멤버십 매거진 <스타일 H> 2016 6월호 참조

이미지 | 현대백화점 멤버십 매거진 <스타일 H> 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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